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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 10점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민음사


1956년 7월, 충직한 영국인 집사 스티븐스는 서부 지방으로 생애 첫 여행을 떠난다. 그는 지금은 미국인 갑부의 소유가 된 달링턴 홀에서 평생을 집사로 일했다. 일주일간의 여행에서 스티븐스는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사이, 1920~1930년대의 격동하는 유럽 사회의 중심에 있던 달링턴 홀, 그리고 달링턴 경을 위해 헌신한 과거를 회고한다. 


스티븐스는 주인 달링턴 경에 대한 철저한 믿음으로 충성을 다하기 위해 켄턴 양을 향한 사사로운 감정에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자기 직분에만 충실했다. 게다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집사인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그날 열린 국제 회합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이 아버지가 진심으로 바라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대신 결국 아버지의 임종은 지키지 못했다. 


스티븐스가 위대한 주인이라고 믿었던 달링턴 경은 유대인 하녀를 집에서 내보내라고 명령하고 스티븐스는 이에 복종한다. 몇 년 후 주인은 이때의 결정을 후회하지만 이제 와서 그녀를 찾을 방법이 없다. 게다가 유럽과 미국, 독일의 화합을 추진한 달링턴 경은 친나치주의자로 몰려 종전 후 폐인이 되어 죽고 만다. 

영국인 갑부였던 달링턴 경이 죽고, 이제는 세계정세의 중심이 된 미국의 한 갑부의 손에 넘어간 달링턴 홀. 새 주인인 패러데이 어르신은 여전히 스티븐스에게 집사로서 지위를 인정하고 스티븐스는 그를 위해 다시 충성스런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새 주인이 권유하기도 했거니와, 과거에 장원에서 같이 일한 여인 켄턴 양에게 다시 같이 일할 것을 제안하기 위해 떠난 여행길에서 그는 켄턴 양의 편지를 곱씹어 읽고, 과거를 회상하며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집사로서 직업의식이 투철한 그는 일 외 것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스스로 개인적인 삶을 철저히 무시하며 살아왔지만 황혼기에 스티븐스는 과연 자신이 제대로 살아온 것인지 회의를 가진다. 사생활을 희생해 온 자신의 삶 때문에 회한과 슬픔이 밀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죽음을 옆에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 자신에게 다가왔던 켄턴 양에게서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채우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떠나가는 것조차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던 자신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20여 년 만에 만난 그 여인과 그는 결국 또다시 이별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와서야 소박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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