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단상 / 임은숙


눈꽃단상 / 임은숙

꽃단상

 

            – 임은숙

 

 

 

펑펑…

하염없이 곤두박질하는 눈꽃송이들…

겨울에 접어들어 동면이라도 하듯

집안 구석에 몸을 잔뜩 옹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눈 내리는 날만큼은 따뜻한 방구석에 미련두지 않고

최면에 걸린 듯 밖으로 나돈다

 

하얀 솜옷에 깡똥한 모자를 눌러쓴 계집애들,

끼리끼리 키득거리며 눈뭉치를 서로에게 던지는 꼬마들,

그에 뒤질세라 나이 지긋한 남녀들도

팔짱을 끼고 눈 구경에 나선다

 




매화송이 같은 웃음을 물고 거니는 이,

그 어떤 시름거리가 있는 듯 얼굴에 우울을 살짝 바른 이,

창밖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그처럼 순수하고 어여쁘다

 

비가 한숨과 어둠을 떠올리게 한다면

눈은 순수함과 상쾌한 기분을 선물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실행 못한 가을여행 때문에

오랫동안 찌푸렸던 미간이 활짝 펴지면서

새삼 눈앞의 황홀경에 환상의 나락에 빠져보기도 한다

지난 한해도 슬기롭게 견뎌왔다는 박수의 꽃송이들,

더더욱 노력하라는 내 삶의 소중한 축복들,

수천수만의 아름다운 눈꽃송이가

하늘과 땅 사이를 메우며 끝없이 날린다